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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간판보다 전문성 중요, 전교 1등이 지원하는 고교

김연주 기자 carol@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1-10-24 12:57

"대학 간판보다 전문성이 중요" 내신 상위 20%이내 지원자 수도전기공고 등 약 2배 증가… 부모도 "취업 먼저, 대학 나중"

 

반에서 1~2등을 다투는 경기 안산 시곡중 3학년 조유리(15)양은 최근 일반 고교 대신 '마이스터고(高)'인 미림여자정보과학고(서울)에 지원했다. 조양의 부모는 2년 연속 반장을 맡고 성적도 뛰어난 딸을 특목고나 자율고(자율형사립고)에 보낼까도 고려했지만 "아이가 3년 내내 수능 준비에 매달려 대학을 가도 원하는 직장을 못 찾을 수 있다"는 생각에 조양에게 넌지시 마이스터고 얘기를 꺼냈다.

이 학교의 인터랙티브미디어과(科)가 딸의 적성에 맞을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조양은 "내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과 방송에 대해 다 배울 수 있겠다"며 망설임 없이 입학 지원서를 썼다. "마이스터고를 졸업해 방송국에서 영상 관련 업무를 배운 뒤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지브리 스튜디오' 같은 회사를 차리고 싶습니다."

조양의 어머니는 "보통 엄마처럼 나도 내 딸이 명문대에 합격하면 좋아할 것"이라며 "그러나 명문대 합격보다 좋아하는 분야를 공부해서 전문 직종에 취업하는 게 딸에게 더 나은 미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졸업 후 기업체에서 바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 정도의 전문 기술을 가르치는 마이스터고에 내신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몰리고 있다. 본지가 지난 14일 내년도 신입생 원서 접수를 마감해 26~27일 합격자 발표를 앞둔 전국 21개 마이스터고 가운데 일부 학교의 신입생 지원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현상이 뚜렷했다.

에너지 산업분야의 전문가를 기르는 수도전기공고의 경우 내신 성적 상위 20% 이내 학생들이 작년 55명에서 올해 104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고, 10% 이내 최상위권 학생들도 작년 5명에서 올해 12명으로 늘었다. 미림여자정보과학고 역시 내신 20% 이내 학생들이 작년 36명에서 올해 51명으로 증가했다.

 
마이스터고인 수도전기공업고 기능반 학생들의 수업 모습. 우리 사회의 최고 기술인력을 양성하는 마이스터고(현재 21개)에 내신 성적이 우수한 중학생들이 대거 몰리고 있다. /장은주 영상미디어 객원기자

 

철강 분야 기술을 가르치는 충남 합덕제철고는 내신 우수 학생들이 몰리면서 올해 예상 커트라인이 작년 110점(200점 만점)보다 30~40점가량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충남 A중학교에서 전교 1등을 한 B군도 이 학교에 지원했다. B군은 면접에서 "전문 기술을 배워 일단 취업부터 하고 필요하면 나중에 대학을 가겠다"고 밝혔다. 수원평택공고와 평택기계공고의 경우 올해 지원자 평균 내신 성적이 작년보다 9.5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스터고의 이 같은 인기는 대학 졸업생들의 높은 실업률과 함께 정부와 기업이 고졸자 채용을 장려하고 확대하는 최근 사회적 분위기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합덕제철고 이인학 교무부장은 "예전에는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실업계고에 가는 것을 상상하기 어려웠지만 이제는 간판보다 실력과 취업을 더 중요시하는 인식이 크게 확산된 것 같다"고 말했다.

☞ 마이스터高

기술 명장(名匠)을 길러낸다는 취지로 지난 2010년 도입된 특성화 고교로, 현재 전국적으로 21곳이 개교했다. 내년에 7곳이 추가로 개교한다. 마이스터고는 대부분 우수 기업들과 산학(産學)협력을 맺고 있어 졸업을 하면 곧바로 취업을 해 자신의 기술을 발휘하고 연마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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